다비다의 고독, 사랑, 그리고 창조 (이영복)
페이지 정보
작성자 sooner 작성일09-08-11 18:36 조회27,532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다비다의 고독, 사랑, 그리고 창조(시편 51:10∼15)
이영복(다비다자매회 이사)
1. 태초의 고독, 사랑, 창조
태초에 고독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주의 고독입니다. 창세기 1장2절 상반절을 보십시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태초, 그 우주의 고독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태초에 사랑이 있었습니다. 창조를 위한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창세기 1장2절 하반절을 보십시다. “하나님의 신은 수면위에 운행하시니라.” 여기서 주목할 단어가 운행이란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엘리야가 죽은 아이의 몸 위에 자기 몸을 펴서 엎드렸던 것과 같이(왕상17:21),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마 23:37) 그들의 위를 감돌면서 그들을 따뜻하게 하며 그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의 사랑의 기운이 있었던 것입니다. 태초에 창조가 있었습니다. 창세기 1장3절 부터 창조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빛의 창조로 시작하여 창조의 절정에서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특히 여자의 창조는 창조사역의 최후 작품으로서 아담의 고독에서 비롯된 하나님의 걸작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창세기 1장은 우주의 고독이 조물주의 사랑으로, 그 사랑은 다시 창조로 이어지는 태초의 웅대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창세기 3장에 가면 안타깝게도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세상은 다시 공허감과 어두움이 지배하는 고독으로 바뀌었습니다.
2. 예수님의 고독, 사랑, 창조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가장 깊은 고독을 경험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를 외치셨을 때 말입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것은 아버지 하나님께서도 귀를 막으셨던 것처럼 느껴진 처절한 고독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처절한 고독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대신 죽으신 주님의 크나큰 희생적인 사랑 곧 아가페의 사랑이 실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마침내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심으로써 잠자는 자의 첫 열매가 되시는(고전 15:20) 위대한 창조로 승화되었던 것입니다. 아담의 범죄로 타락한 창조세계가 재창조된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경험하신 고독의 절정은 결국 사랑의 절정이었고 창조의 절정이었던 것입니다.
3. 다비다의 고독, 사랑, 창조
다비다 자매 여러분, 당신은 고독하십니까? 남편을 떠나보낸 상실감으로 모두가 깊은 고독을 경험하셨고 어쩌면 지금도 간혹 고개를 드는 외로움에 힘들어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느꼈던 최초의 고독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 외할머니와 함께 부산에 있는 외삼촌댁에 가서 혼자 작은 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고독이 엄습하는 것이었습니다. 혼자서 한참을 훌쩍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땐 낯선 주변을 보고 이전보다 더 큰 고독에 빠졌습니다. 마치 태초의 우주처럼 어둡고 텅 빈 듯한 마음 상태에서 마침 들려오던 동네 아이들의 저질스러운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는데도 지금까지 생생하게 제 머리 속에 남아 있답니다. 저는 그것을 계기로 고독한 마음에 무엇을 담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고독 그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깊은 사랑으로 승화되고 창조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초에 있었던 우주의 고독도, 주님이 경험한 십자가상에서의 고독도 사랑과 창조를 위한 첫 단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고독에 머물러 있다면 그건 아닐 겁니다. 여러분의 고독한 마음에 좋은 것들을 담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또 하나 묻겠습니다. 다비다 자매 여러분, 당신은 사랑하고 계십니까?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까? 남편을 떠나보내면서 사랑도 창조도 다 무의미해졌다고요?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러한 당신의 마음을 한없이 사랑하시고 그 마음에 새로운 창조를 하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본문으로 읽은 시편 51편은 아마도 다윗이 가장 고독했을 때 드린 기도 중 하나일 겁니다. 그의 기도는 고독의 고통 속에 있는 우리의 내면세계가 새로운 창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잘 가르쳐준다고 생각합니다. 시편 51:10∼11절을 읽어 보겠습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신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태초에 운행하셨던 그 성신 곧 성령께서 여러분과 우리의 마음속에 사랑으로 운행하시는 가운데 하나님의 창조가 날마다 계속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4. 맺음말
사랑하는 다비다 자매 여러분, 고독감이 느껴질 때면 사람들에게 손을 잡아달라며 가볍게 여러분의 손을 내미십시오. 곁에 힘들어 하는 분이 계시면 살며시 손을 잡아주십시오. 사랑이 담긴 눈으로 그들의 눈을 바라보십시오. 특히 태초에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을 생각하며 살리는 말, 격려의 말, 칭찬의 말, 사랑의 말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부디 주님과 함께 여기 모인 다비다식구들과 함께, 고독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창조로 나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오래오래 다비다자매회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고 여러분이 가는 길을 함께 갈 것입니다.